"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 주52시간제보다 더 큰 후폭풍"

입력 2021-11-16 17:05   수정 2021-11-17 07:45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 법률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당장 오는 11월 임금 지급분부터 대한민국 전 사업장은 근로자에게 임금명세서를 교부해야 한다. 기존에 임금명세서를 교부하던 사업장들은 고용노동부령에 따라서 사업장 실정에 맞게 기재사항만 수정하면 되므로 큰 부담이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임금명세서를 교부하지 않았던 사업장들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특히 사업장에 임금명세서를 작성할 컴퓨터나 인쇄기도 없고 근로자가 이메일도 안 쓰는 사업장들은 임금명세서를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교부하는 것이 더 문제다. 일일이 종이에 임금명세서를 작성하고 사진 찍어서 핸드폰으로 전송해야할 판국이다.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로 인한 사업장별, 분야별 영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일용근로자를 많이 사용하는 사업장이다. 현실적으로 일용근로자에게는 근로계약서도 교부하기가 쉽지 않은데, 임금을 지급할 때마다 임금명세서를 교부하려면 사업장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대다수 사업장의 일용직 대장에는 기본급, 연장근로수당 등 수당이 분개되어 있지 않다. 일용직 근로자에게도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 등을 지급해야 하고 그러한 내용들은 임금명세서에 기재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일용직 대장과 별도로 임금명세서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 게다가 임금명세서를 교부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수 백명이 근무하는 건설현장에는 하루에도 수 십명이 퇴사하고 새로 들어온다. 이들에게 일당을 지급하면서 임금명세서를 제대로 제때 교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관련한 분쟁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번째는 사업소득세 공제자, 4대보험 미가입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다. 이른바 임금명세서 교부의무의 사각지대에 놓인 자들이다. 임금명세서는 모든 근로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필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사업소득으로 처리하는 사람과 4대보험 미가입자에게도 임금명세서를 교부해야 하는지 여부이다. 근로자와 사용자의 편의상 사업소득으로 처리하고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실질적으로 근로자라면 당연히 임금명세서를 교부해야 한다. 당장 고용하는 인력의 인건비를 사업소득세로 공제 처리하는 사업장들은 임금명세서 교부대상이 근로자인지 아닌지부터 판단해야 한다. 특히 사업소득자들은 임금명세서 출력 프로그램과도 연동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들에게 임금명세서를 교부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임금대장을 만들고 이를 임금명세서로 전환해 교부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문제는 대다수 사업장들이 사업소득자들을 근로자로 보지 않으려고 하는 점이다. 임금명세서를 교부하면 사업소득자들을 근로자로 인정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임금명세서 교부로 인해 근로자성 여부를 다투는 분쟁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의 근로자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점에서 임금명세서 교부와 관련해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 임금대장을 제때 작성하지 않아온 사업장들이다. 대체로 근로소득세를 반기별로 신고하는 영세사업장이거나 소위 '네트제'로 임금을 지급하는 병원들이 그렇다. 이들 사업장은 실수령액으로 임금을 지급하거나 반기마다 근로소득세를 신고하기 때문에 임금대장도 매달 작성하지 않으며 당연히 임금명세서도 교부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당장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로 이제는 매월 임금대장을 작성하고 임금명세서를 교부해야 한다는 점에서 임금지급 관행에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네 번째, 세무사 사무실과 직원들이다. 이들은 임금명세서 작성이 본인의 업무가 아님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사업장 요청에 따라서 임금명세서를 작성하여 제공해야 할 상황에 처해졌다. 세무사들은 내심 임금명세서 작성을 이유로 기장료를 올릴 수도 없는 판국에 임금명세적 작성 업무를 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세무사들은 임금명세서 업무는 공인노무사 직무이므로 공인노무사에게 의뢰하라고 하고 싶지만, 기장 사업체가 떨어져 나가는 불경기 시국에 쉽지 않은 일이다.

한편 세무사의 임금명세서 작성 행위가 공인노무사법 위반인지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있다. 임금명세서는 노동관계법령인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서류로서 이에 대한 작성 및 확인은 공인노무사의 전속적 직무이다. 따라서 세무사법에 근거해 세무사가 임금명세서를 예외적으로 작성할 권한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공인노무사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또한 제대로 임금명세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근로계약서, 취업규칙상 임금항목과 임금명세서가 다 적법해야 하므로 결국 전문성 측면에서도 공인노무사가 작성하는 것이 맞다.

이런 문제로 인해 이미 현장에서는 혼란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무사 대다수가 쓰는 회계프로그램인 '더존'도 임금명세서 기능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손을 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참에 임금대장과 임금명세서 작성 및 확인은 공인노무사 직무임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조속히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 그래야 사업장에서 세무사들에게 임금명세서 작성을 요청할 때 세무사들이 명확히 거부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세무사들이 그동안 관행으로 임금대장 등 노동관계법령 서류를 작성해 왔으나 이제는 본연의 조세관련 업무에 충실하도록 해야할 것이고 공인노무사들도 세무사들과 협조하여 사업장에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다섯 번째는 사업장 근로감독 일선에 있는 근로감독관들이다.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업무 등 가뜩이나 업무가 가중된 상황에서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로 인해 신고사건이 늘어나거나 조사해야할 쟁점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신고사건의 대부분은 임금체불 사건이다. 임금체불이 발생한 사업장에서 임금명세서를 제대로 교부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래서 임금명세서 교부의무 위반은 패키지로 같이 신고할 가능성이 높다. 임금명세서 교부로 체불이 명확하여 사건이 조기에 해결될 가능성도 있으나 동시에 사건이 늘어나고 지급항목이 맞는지 조사하기 위해 조사기간이 늘어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아울러 공인노무사들도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로 업무량이 늘어났지만 마냥 좋아할만한 상황은 아니다. 대다수 노무사 사무소들이 비상에 걸려있다. 임금관리를 안 하던 기존 회원사들에게 어떻게 안내를 해야하는지, 사업장에 적합한 맞춤형 임금명세서 서식 개발 등 복잡한 문제가 산재하고 있다.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는 공인노무사들에게 기회일 수도 있으나 동시에 위기일 수도 있다.

어쨌든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가 잘 안착되기 위해서는 일선의 공인노무사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당분간 진통이 있겠으나 임금명세서 교부가 정착되면 근로자나 사용자에게 모두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좋은 방향으로 그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영세사업장에 대한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 필자가 보기에는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주52시간제보다 그 영향이 더 클것으로 보인다. 사업장의 임금관리시스템을 개혁하는 상당히 중요한 제도이므로 제도 안착 과정에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소민안 한국공인노무사회 직역수호센터장/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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